‘중꺽그마’, ‘중요한 것은 꺽여도 그냥 하는 마음’이라는 신조어입니다. 작년 44회 청룡영화제에서 ‘거미집’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전여빈씨의 수상소감이기도 합니다. 전여빈씨는 예상치 못한 수상에 눈물을 흘리며 속마음을 털어 놓았습니다. ‘내가 재능이 없는 걸까요?’라며 자신을 의심했다고 합니다. ‘너 자신을 믿는 게 재능이야 그게 재능이지’ 감독의 답변이었습니다. ‘타인을 향해 믿음을 줄 때는 너무 당연한 것 같고 너무 아름다운 마음인데 나 스스로에게는 왜, 그렇게 힘들어지는지 잘 모르겠어요. 내가 다른 사람을 믿어 줄 수 있는 마음만큼 나 스스로도 믿어 줄 수 있으면 좋겠고, 혹은 내가 누군가를 믿어주지 못하겠다 싶을 때 나를 사랑하는 그 마음으로 믿어주고 싶어요’ 라며 차분하고 진솔한 소감을 발표했습니다.
참 마음에 와닿는 인터뷰였습니다. 자기 자신을 믿어주는 것! 하지만 기독교적 관점에서 이 말은 자기 자신을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믿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해는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죄인이 아니라거나 타락한 존재가 아니라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은 고귀한 존재입니다. 더불어 신자는 하나님의 백성이며 성령의 인침을 받은 성전입니다. 또한 성령께서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해 친히 간구하십니다.(롬 8:26) 어찌 존귀한자가 아니겠습니까?
미국의 한 절도범 재판 영상을 보았습니다. 담당판사는 수갑을 찬 피고를 힐끔 보더니 출신 중학교를 물었습니다. 피고가 판사를 바라보더니 미소가 번졌습니다. 학창시절 친구였던 것입니다. 반가운 표정은 잠시, 말할 수 없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가리고 오열하는 모습이 참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판사는 피고가 학창시절 좋은 친구였다고 소개하며 형벌을 잘 치르고나면 틀림없이 좋은 사람이 되어 타인을 돕는일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위로했습니다. 친구의 기대에 절도범은 올바르게 반응했습니다. 10개월 뒤 출소한 후, 감옥에서 딴 자격증을 바탕으로 취직했으며, 판사 친구와도 아름다운 우정을 이어 나갔습니다. 이 영상이 얼마나 큰 감동을 주었는지 모릅니다. 누군가를 믿어주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입니다. 동시에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를 믿고 일어선 친구도 참 대단합니다.
스스로를 믿는다는 것은 자신의 힘과 능력을 의지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믿음의 대상은 오직 하나님이십니다. 스스로를 믿는다는 것은 자신의 가치를 평가 절하하여 방치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스스로를 부족하게 여겨 꿈과 소망없이 산다는 뜻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부여해 주신 가치를 믿고 힘써 노력한다는 뜻입니다. 자신의 약함에 실망하여 더러운 진흙탕에 딩구는 것이 아니라 죄와 더러움을 털어내고 다시 자신을 갈고 닦는다는 뜻입니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께서 쓰시는 깨끗한 그릇이기 때문입니다.